하루의 조수여,
파도가 해변에 모래와 조개를 남기듯
이 일기장 위에 퇴적물을 쌓아다오
그래서 나의 육지를 키워다오
이 일기장은 영혼의 물살이 오고 간 달력
이 해안의 종이 위에 조개와 해초를 토해내리라.
"1840년 7월 6일
소로우의 일기 중에서 "
자연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늘 속도가 일정하다.
싹은 마치 짧은 봄날이 무한히 길기라도 하듯이
서두르거나 허둥대는 일 없이 서서히 싹튼다.
자연은 무엇이든 자신이 하는 일
하나하나에 지극한 공을 들인다.
마치 유일한 목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연과 달리 왜 사람은 극히 사소한 행위
하나하나에 마치 영원보다 더한 어떤 무엇이라도
맡겨진 양 그다지도 서두르는 것일까?
몇 겁의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인간은 손톱 깎는 일 따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는 해가 마지막 남은 하루를
잘 마무리하라고 당신을 재촉한다고
여겨지면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들어보라.
항상 변함없는 고르디 고른 곡조의
울음소리는 지금의 시간을 영원으로
여기라는 충고가 아니겠는가?
현명한 사람은 늘 마음이 고요해서
들뜨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다.
한 발자국 걸음을 내딛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산책하는 사람과도 같은 모습이다.
반대로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축적된 피로가 쉬라고 강요하기 전까지는
다리 근육의 긴장을 풀지 않는다.
" 1839년 9월 17일
소로우의 일기' 중에서 "
훌륭한 문장은 어쩌다 우연히 쓰여지지 않는다.
글에는 어떠한 속임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쓴 최상의 작품은
그의 인격의 최상을 나타낸다.
모든 문장은 오랜 시련의 결과이다.
속표지에서 책 마지막장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는 저자의 인품이 속속들이 배어 있다.
이는 저자라도 교정볼 수 없다.
작가만의 특징이 담긴 육필을 읽기 위해서는
글을 읽을 때 장식적인 측면에
구애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다른 행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하나하나의 행위를 점점이 이은 선,
곧은 자로 줄을 그은 선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도약을 했느냐에 관계없이
그 선은 늘 직선이다.
우리의 인생은 극히 사소한 일을
얼마나 잘했는가에 의해 평가받는다.
인생은 이 사소한 일들의 최종적인 손익 결산이다.
우리를 지켜보는 눈도 없고 상벌도 없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먹고
마시고 잤으며 작은 시간들을
어떻게 쪼개어 썼는가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에 우리에게 주어질
권위와 능력이 결정된다.
" 1841년 2월 28일
소로우의 일기' 중에서 "
긴 글을 쓰기보다는 다양한 주제의
짧은 글들을 자주 쓰는 편이 좋다.
공중에서 제비를 돌며 빈약한 재주를 너무
오랫동안 뽐내려 하다가는 결국 머리만 다친다.
안타이오스처럼 너무 오랫동안
땅을 떠나 있지 말라.
삶이라는 탄력의 마루에 살짝 발끝을 대고
여러 차례 뜀을 뛰듯이 그렇게 글을 써라.
땅에 떨어진 한 알의 열매나
열매 속의 배아와 같은 문장을 써라.
그런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흙과 빛으로 양육이 가능한,
되도록이면 많은 식물들을 심어라.
되도록 자주 뜀을 뛰어라.
문장은 그 후에 등을 벽에
기댔을 때 나타난다.
" 1851년 11월 12일
소로우의 일기 중에서 "
《 일기 문학의 백미 소로우의 일기 》
미국의 사상가 겸 문학자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25년간의 기록
아침과 저녁은 꼭 오누이와 같다.
참새와 티티새는 지저귀고,
개구리 둘이 서로에게 개굴개굴 운다.
숲이 내 뒤에서 점점 더 큰소리로 숨을 쉰다.
얼마나 허둥지둥 서둘러 밤은 찾아오는가!
저쪽 다리 너머에서 덜거덕거리는 짐마차는
낮이 밤에게 되돌려 보내는 전령이다.
ㅡ 본문 중에서
소로우의 『일기』는
그의 개인적인 삶과 명상,
철학적 사고와 초절주의적 상상력,
그리고 세상과 세상 사람들과의 만남의 기록이다.
그가 식물학자, 곤충학자, 조류학자, 동물학자,
생태학자로서 자연과 자연만물을 예리하고
정확하게 관찰하고 세세하게
기록한 보고서일 뿐만 아니라,
무소유 생활철학을 철저하게 실천한
현인으로서 들뜨고 허둥대는
현대인들에게 주는 잠언록이자
생활 지침서이기도 하다.
이 『일기』는 소로우의 강연과 수필 등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저작물의 모태가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문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풀잎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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